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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가 아니어도 네덜란드



140 x 209mm / 284p / 2019년 11월 12일 / ISBN 9791188594085



유쾌하고 진지하며, 자유로우나 엄격하고, 시끄럽지만 고요한,
짜지만 싱겁고, 너그러우나 차가우며, 정신없고 평화로운.
도통 종잡을 수 없어 사랑스러운 거인들의 나라.”


저자는 7년 전 배낭여행 길에서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한눈에 반한다.
그 뒤 언젠가는 한번 살아 보고 말리라 결심하고, 오랜 시간을 준비한 끝에 비로소 네덜란드행을 실행한다.
이후 네덜란드 동부의 작은 도시 아른험에 머물며, 더치인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 정미진이 일 년간의 시간 동안 네덜란드 전역을 여행하며 쓰고 찍은 여행기이자,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만난 인연과 이별에 대한 상념을 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인생에서 모든 것이 반짝거리고 모든 것이 충족되는 날이 있기는 할까.
있더라도 그런 순간은 아주 찰나 같아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금세 사라진다.”

평소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동경하던 저자는 죽기 전에 한번은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네덜란드행을 감행한다.
그 후 네덜란드 동부의 작은 도시 아른험에 머물며 더치인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하게 된다.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또는 모른 척하고 훌쩍 떠나는 일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저자는 곧잘, 현실에 대한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따위로 잠 못 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저자는 더치인의 개방적인 사고와 다채로운 문화에 흠뻑 빠져든다.
어린이, 여성, 동물 등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나라.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사회.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은 건강한 노후.
이처럼 네덜란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가늠하는 가치관을 재정비하게 된다.
더불어 지금껏 당연시 누려 왔던 사회 보호막이 벗겨진 채,
이방인으로서의 애환을 겪으며 새삼 인연과 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이 책은 저자 정미진이 네덜란드에서 보낸 일 년간의 시간 동안 낭만과 현실,
일상과 여행, 이성과 몽상, 그 사이 어디 즈음을 헤맨 기록이다. 





책 속으로


옥탑방에서 보내는 나날은, 하루는 꿈에 그리던 네덜란드에서 살게 되었다는 생각에 설레고,
하루는 이방인으로서 헤쳐나가야 할 현실 앞에 끝 모를 불안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천창 밖으로 구름을 보거나 별을 보거나 빗방울을 보다 보면,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로든 동요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저녁 메뉴를 뭐로 할까, 내일은 어디로 산책을 가볼까, 세숫비누를 하나만 살까, 세트로 사 둘까 하는 단순한 고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옥탑방에서의 여름날이 흘러갈수록, 일상은 단순해져 갔고 이내 내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28p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 무방비하고 태평한 몸짓을 보다 보면,
이곳의 동물들은 참 복 받았구나 싶다.
이곳에 와서 나는 자주 농담반 진담반으로 네덜란드의 개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고는 했으니,
녀석들이 뿜어내는 행복의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37p

건넛집 할머니는 요정이 살 듯한 아름다운 집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노후를 보낸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는 남편과 딸의 사진이 지천에 널려있다.
남편과 딸을 먼저 보낸 뒤 홀로 남겨진 그녀의 노후에 대해 감히 부럽다 어떻다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있을까.
반대로 그들 또한 한국을 떠나 이 낯선 네덜란드,
이름 모를 마을을 배회하는 동양인의 불행과 행운의 역사를 알지 못한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마을, 부럽기 그지없는 그들의 삶에도,
내가 모르는 불행들이 난롯가의 재처럼 쌓여 있을 터.
그 누구도 창문 너머로 훔쳐보아서는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없다. -74p

남들은 꿈을 찾아 야망을 품고 바다 건너 떠나온다지만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 오히려 꿈이고 야망이고 다 소란스럽고.
양이 잘 자고 물이 잘 흐르고 구름이 참 예쁘게 떠다니는데,
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나 싶더랬다.
별다른 일 없이 그저 일상의 안온함만으로 충분하다 느껴지는, 오늘 하루가 무사히 흘렀고,
내일 하루도 그러할 거라는 믿음으로 잠드는 곳.
그것이 내가 경험한 네덜란드라는 나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45p

외국에서 절대적인 소수자가 되어 보니 내가 주류라 착각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무색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일평생을 무난하게 섞여 살다 타지에서 이방인,
즉 절대적인 소수자가 되어 본 경험은 내 삶과 가치관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나도 타인으로부터 혐오를 받을 수 있고, 배척당할 수 있는,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슬프고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247p 





글,사진 · 정미진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지금은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만큼 집순이지만,
여유만 생기면 훌쩍 떠나고 보는 여행 광이기도 하다.
그렇게 안과 밖을 드나들며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글을 쓴 책으로 '있잖아, 누구씨' '검은 반점' '휴게소' '뼈' '누구나 다 아는, 아무도 모르는' '해치지 않아' '무엇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