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ㅂ이다.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꿈을 꾸고.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다 짐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마다 이 ‘과제’들을 충실히 실행하고 난 뒤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때때로 지리멸렬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목적은 무엇일까.’
작가는 늘 그런 뜬구름 같은 고민들을 진지하게 파고든다. 고민한다고 해서 뚜렷한 답이 있는 것도,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어느 날, 그녀는 소중한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게 된다. 그 후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던 모든 것을 내려 두고 훌쩍 여행을 떠난다. 여기까지는 흔한 로드무비의 서두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처럼 여행길에서 만나는 설레는 로맨스도, 짜릿한 스릴도, 통찰력 있는 깨달음도 없다. 그저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지리한 일상이 오도카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여행길을 함께하는 동안 깨닫게 된다. 스스로를 바보, 부적격자라 부르는 작가 자신처럼 세상의 모든 나약하고 아둔한 존재들, 즉 세상의 모든 ‘ㅂ’들은 각자의 삶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이 책은 그 고단한 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ㅂ’ 들을 위한 송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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