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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noonsutdio,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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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첫 번째 집에 사는 25년 동안 방 없이 살았다.
한 살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 방이 없었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대개 놀랐다.
그러나 방이 없는 생활은 힘들고 슬픈 동시에 기쁘고 즐거운 모든 감정을 내게 알려줬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자신의 방이 없었던 이가 자신만의 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머물렀던 사람, 머물다 떠난 사람, 차마 오지 못한 사람들이 그의 방에 짙은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이 쌓이고 쌓여 그의 방은 사면이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는 어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창을 내어 빛을 들인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용케도 빛을 찾아낸다.
결국 이 이야기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써의 ‘방’을 넘어, ‘마음의 방’을 구축해 나가는 견고한 여정이다.





편집 후기

누군가 펼치고 다시 접어 놓은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봤는데
헤어진 사람이 돌아올 운세라 했다.
헤어진 사람은 너무 많아.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p200


반복된 이별은 때로는 체념을 부른다. 체념은 이별에 대한 방어기제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찌감치 체념을 학습한 아이는 뜨거운 햇살보다는 서늘한 그늘이
무지개빛 희망보다는 무채색의 적막이 더 편한 어른으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체념할 뿐, 낙담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잦은 이별에 슬퍼할지언정 삶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이의 틈을 발견한다.
이별과 만남 사이 불행과 행복 사이 삶과 죽음 사이의 틈을.
작가는 그 틈에 독자를 앉혀 두고 나지막이 말한다.
이 틈이 우리가 쉴 곳이라고.

이 책은 이미 떠난 이들을 통해 남은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습관적으로 뒤돌아볼지언정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어둠을 거쳐 빛으로 향하는 이야기이다.
그러하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단편적인 자기 고백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서사로서 공감을 일으킨다.
나아가 죽지 않고 살고자 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분투로 다가온다.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삶에 드리운 짙은 어둠의 틈에서
빛을 찾아내는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





추천 글

단지 기억력만 좋은 사람에겐 ‘어쩜 저런 것까지 떠올릴까?’ 위주의 반응이 따라올 뿐이다. 한편 좋은 작가는 세세히 언급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다시 말해 좋은 작가란 타인들이 작가의 기록을 접하는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억과 감정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게, 작품마다 사색의 공간을 창출해낸다. 그런 맥락에서 지혜는 본 책에서 인간에게 ‘마음의 고향’이란 과연 무엇일까 묻는 여정을 통해, 독자 개개인이 고유한 마음의 고향을 생생히 곱씹어 보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물을 수 있도록 ‘사색의 극장’을 마련한다. 작가는 본인이 체험한 세 번의 이사, 세 곳의 집, 세 사람의 죽음을 바탕으로 마음의 고향을 단일한 형태로 확정 짓지 않은 채 꾸준히 탐색해온 나날들을 페이지마다 상영한다.
이 극장에 마음이 동하는 이유는, 삶이란 본디 어떻다고 확언할 수 없다는 작가의 경계심 스민 문장들이, 나와 타자를 좀 더 다채로이 읽어보고픈 의욕의 불씨를 지펴주기 때문이다. ‘존재란 한 가지 표현에 정착하자마자 이내 다른 표현을 기다린다’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철학에 가닿은 지혜의 기록하기 덕분에, 나는 고백할 수 있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즐거움, 좋음과 싫음, 행복과 불행 등 삶을 이루는 서로 상반된 요소가 분리됨 없이 나란히 찾아올 수 있다는 지혜의 시야에 힘입어, 뭘 해도 뾰로통한 요즘 삶이 주는 오묘함에 대해 다시금 흥미를 느끼게 됐음을. 아울러 내가 속한 세계를 향해 여전히 궁금증이 생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혜의 태도로 말미암아, 어제보단 한 뼘 더 확장된 마음으로 내일의 삶을 들여다보고 겪어볼 용기를 품게 됐음을.


_김신식·감정사회학자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
책을 통해 세상을 구경하고, 만나고, 변하는 일에 작가보다는 독자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왔다. 써낸 사람이 겪어야 했을 여러 감정들에서 거리를 두며 여러 책들을 읽어나갈 수 있으니까. "독자가 늘 더 좋아요.” 평소에 그런 말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작가 역시 자신이 써낸 책 앞에서 한 명의 독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이것이 순수한 자전적 이야기라 할지라도, 책을 써 낸 ‘지혜'라는 사람과 글 속에 등장하는 ‘나’는 분리되어 있다고 느꼈다. 작가는 기억을 더듬어 말하고 있고, 책 속의 ‘나’라고 적힌 한 인물은, 독자가 그렇게 하듯이, 작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있는 중이다. "너는 지혜라는 이름을 가졌다. 엄마가 여럿이 되는 꿈을 꾸고 그러다 어떤 엄마는 죽는다. 바다에 데려가 주는 사람들 속에서 커 나간다. 아빠처럼 조개를 줍고 엄마처럼 편지를 쓰며...” 차분하게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보관해야 할까.
점잖게 몰아치는 삶의 기억들이 담긴 책. 사적인 일들이 가득 적혀 있지만, 작가는 자신만의 문체로 읽는 이들에게 안전한 거리를 만들어 준다. 거기서 슬픔과 편안함이 함께 생겨난다. 이 책은 내게 에세이가 아닌 단편소설처럼 읽혔다. 몇 가지의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고 책 전체가 하나의 방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_전진우·액자 제작자











작가 후기

나는 자주 많은 걸 놓치고 또 그만큼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택한 방법은 되도록 많이 쓰고, 남기며, 모으는 것이었다. 집과 일터, 때가 되면 바뀌는 창밖의 풍경, 가족과 친구들이 남긴 것. 가리지 않았다. 이렇게 친밀하고도 낯선,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매일이 쌓이고 쌓여 삶이 흘러간다는 것을 믿고 싶었나 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나눌 수 있지는 않을까. 내가 퉁퉁 부은 눈으로 그 노을 속에서 본 것. 혼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걸으면서 느낀 것. 길고 짧은 대화들과 다시 돌아올 일 없어서 아름다웠던 시간들. 아직 말해지지 않은 비밀들까지도 나눌 수 있을 거라고 늘상 꿈꿨던 것 같기도 하다.
문득 주변이 고요하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춥고 늦은 밤에도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가지만 나는 매일 내가 살아 있어서 가능한 일들을 하고 싶다.











작가 소개

지혜

평범한 장면에 한 번 더 눈길이 갑니다.
지혜는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카메라로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후 관찰하는 도구로 핸드폰을 사용해 사진과 영상을 찍고 글을 쓰는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평범하게 지나가는 일상이 모여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록이 지닌 힘을 믿고 있다. 매일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함께 나눈 대화가 삶에 어떤 모습으로 기여하는지, 기록하는 삶으로 이야기한다.
편집숍 오브젝트, 엽서 도서관 포셋 브랜드 에디터로 일했으며 「매일이 그렇듯」 개인 전시를 열었다. 출간 도서로는 「내가 놓친 게 있다면」, 「생활메모집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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